공매도 재개 뜻 금지기간 연장 순기능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서 갚는 투자 방식입니다. 공매도 후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방식 탓에 국내 시장에서는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위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으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점이 해소되기 전까지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조직 개편에서 시장감시본부 감리부 산하에 공매도 감리를 전담하는 조직인 특별감리팀을 신설하며 공매도 재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관리팀은 거래소가 구축 중인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공매도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사후 관리도 합니다.
반면 IMF는 전날 한국 증시에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시아 태평양 부국장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한 시장 균형은 날카롭지 않은 도구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발표는 금융위원장 등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 의결을 거쳐 이뤄집니다.
정부와 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연장안'과 관련해 선 시스템 도입 후 재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장 3월에는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해 공매도를 연장하겠지만, 아예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자는 의견은 아닌 셈 입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무위 소관의 6개 정부부처의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전반적인 정무위 현안에 대한 보고들이 이뤄졌고,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공매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공매도 연장 여부나 시기에 대해 확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과잉 우려가 지적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은 "금융당국이 금융 관점에서 자본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제도 개선 입법을 통해 시행령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위의 안이 만들어지면 당정 간 협의를 할 것이지만, 오늘 보고되지 않았고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대한 확산 우려가 있었고,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함을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적극 대응 검토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정은 이날 공매도와 관련해 제도적으로 많은 개선과 준비를 했다는 점에 공감하며 시장에 이를 어떻게 안착할 것인가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이 '전산 시스템' 입니다.
김 의원은 "개인 대주(주식 대여) 활성화를 발표했어도 전산이 없으면 개인이 증권 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릴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확실히 하겠다고 했는데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으면 안되지 않느냐"면서 "이런 것들을 실무적으로 보완해 제도 개선이 현장에 잘 안착되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같은 당정의 논의에 발맞춰 금융위와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에게 공매도용 주식을 대여해주는 대주 시장에 참여하는 증권사 수를 현행 6개사에서 우선적으로 10개사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 4곳이 대주 시장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개 대형 증권사까지 대주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개인이 공매도에 활용하는 주식 공급이 현재보다 늘어나 개인 공매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참여하기로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검토 단계"라면서 "시스템 개발과 관련 부서 합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악당인 공매도 세력을 박살 내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9일 이런 글이 등장했습니다. 개인용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의 이름을 따서 로빈후드 개미로 불리는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의 공매도 세력과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세력이 먹잇감으로 정한 기업의 주식을 대규모 매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투자 기법이라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봅니다. 로빈후드 개미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 위기 직후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됐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주식 시장도 1년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는 3월 16일부터 재개될 예정인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매도 전쟁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쟁터는 게임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업체인 ‘게임스톱’ 입니다. 공매도 투자자로 유명한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리서치 대표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했다. 곧 폭락할 테니까”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개미들이 봉기하기 시작했다. ‘레딧(Reddit)’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끄러워졌습니다. 한 게시판에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자’는 글이 대거 올라왔습니다.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가세했습니다. ‘공매도는 사기’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개미들의 힘으로 게임스톱 주가는 22일부터 5일간 780% 폭등했습니다.
개미들은 전선을 확대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공격하는 주식을 골라 집중 매수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로 번졌습니다. 27일 하루에만 301% 올랐습니다. 휴대폰 회사였다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한 블랙베리 등도 개미의 힘으로 폭등했습니다. 일단 개미들이 승리했습니다. 공매도 전문 분석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자들은 27일까지 최소 192억달러를 잃었습니다.
문제는 개미들이 끌어올린 주가가 유지될 수 있는지 입니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개미들의 인해전술로 달성됐기 때문입니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개미들이 위험해집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지난 27일 “게임스톱 등 최근 급등한 주식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8일에 이 주식들은 대부분 폭락했습니다. 게임스톱 주가가 44%, AMC엔터테인먼트는 57% 하락했습니다. 가격이 오르자 매도도 늘었고, 로빈후드가 “거래량이 너무 늘어 감당하기 어렵다”며 게임스톱 등 몇 개 주식을 찍어 매수량을 제한한 결과였습니다. 로빈후드가 이들 주식의 거래를 다시 풀자 게임스톱 주식은 29일 다시 68% 폭등해 3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미국 증시도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개미들의 역습으로 돈을 잃은 공매도 세력들이 다른 주식을 대량 매각해 현금화하면서 29일엔 미국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개미와 공매도가 격돌한 ‘게임스톱 전쟁’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증시를 지배해온 대형 금융사들의 공매도에 대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상·하원이 각각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맥신 워터스 의원은 “공매도 같은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표적 규제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주식을 빌린 뒤 매각하고 일정 기간 뒤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입니다. 주식을 빌려 매각한 시점보다 주식을 사서 갚는 시점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요국 증시는 모두 공매도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