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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4일 워렌 버핏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2022년 3분기 보유 종목을 공개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3분기 투자 금액은 2960억9700만달러(약 391조9300억원) 입니다. 애플(AAPL), 뱅크 오브 아메리카(BAC), 셰브론(CVX), 코카콜라(KO),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가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많이 투자한 산업군은 IT, 금융, 필수소비재 순 입니다. 지난 분기 간 TSMC ADR(TSM) 6006만880주, 루이지애나-퍼시픽(LPX) 579만5906주,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JEF) 43만3558주를 포트폴리오에 새로 담았습니다. 반면 스토어 캐피털(STOR)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보유 종목 중 셰브론(CVX) 391만9169주,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XY) 3580만1921주, PARAMOUNT GLOBAL(VIAC) 1279만4865주, 셀라니즈(CE) 55만3469주, RH(RH) 19만주를 추가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 825만9284주, U.S. 뱅코프(USB) 4201만6921주, 뱅크 오브 뉴욕 멜론(BK) 1014만6575주, 크로거(KR) 216만8472주, 제너럴 모터스(GM) 287만7359주를 일부 처분했습니다.

TSMC는 버크셔가 10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종목이 됐습니다. 버크셔가 투자했다는 소식에 TSMC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5% 이상 급등했습니다. TSMC는 올들어 기술주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가운데 4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버크셔는 TSMC 외에도 올 3분기에 목재회사인 루이지애나-퍼시픽과 투자은행인 제프리즈에 각각 2억9700만달러와 1280만달러씩 신규 투자했습니다.

또 미디어회사인 패러마운트 글로벌에 대한 투자금액은 17억달러로 늘렸습니다. 패러마운트 글로벌은 올해 케이블방송 가입자 축소와 광고 수익 감소로 주가가 39% 급락했습니다. 정유회사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지분도 늘렸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게임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대한 지분은 축소했습니다.

버핏의 이번 결정은 투자자들로부터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버핏이 빅테크 기업에 많이 투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1년 버핏은 IBM을 대량 매수한 적이 있고 2016년 1분기엔 애플의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이 중 IBM 투자는 좋은 성과를 내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 1위까지 오른 만큼 매우 성공한 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버핏은 지난 6년간 빅테크 기업을 대량 매수한 적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즉 정말 확신이 있지 않으면 버핏은 빅테크 기업을 사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죠. 따라서 투자자들은 “버핏이 샀으면 확실하다”는 생각에 TSMC 투자 결정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버핏은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확실한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2016년에 애플이 이미 아이폰을 성공시키고 좋은 기업 실적을 거두고 있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TSMC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한 3013억 대만달러(약 13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기업입니다. 특히 ‘애플의 파트너’로 유명할 정도로 관계가 좋고 업계 1위의 파운드리 관련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버핏이 크게 주목받은 해입니다. 최근 몇 년간 빅테크 전성시대가 열리고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 중심의 투자전략이 성공하면서 일각에선 “버핏도 한물 갔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단 올해 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가치주 중심의 투자가 유효해 “결국 버핏이 맞았다”라는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실제로 올해 버핏은 대표 주도주였던 에너지 기업의 비중을 크게 늘렸습니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이번 3분기에도 버핏은 셰브론, 옥시덴탈의 지분을 늘렸습니다. 셰브론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어 버크셔 포트폴리오 비중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옥시덴탈은 지난 9월 주가가 하락했을 때 버핏이 추가 매수했을 정도로 아끼는 종목입니다.

버핏의 투자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을 때 탐욕적으로 나서고, 시장에 탐욕이 만연할 때 공포에 질려 떠나는 전략이죠. 단순한 만큼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 전략이 반도체 업종에 시사하는 바도 간단합니다. 지금 반도체 업종은 공포에 질려있다는 뜻이 됩니다. 실제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큰 재고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말 재고자산 총액은 57조3198억원이었습니다. 3개월 전인 상반기 말 재고 52조922억원과 비교하면 약 10%(5조2276억원) 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은 상반기 말에서 3분기 말까지 3개월새 9.7%에서 12.2%까지 늘었습니다.

특히 반도체를 맡은 DS 사업부의 재고자산 증가세가 심각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증가분 대부분이 DS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였습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DS 부문 재고자산은 26조3652억원으로 상반기 말 기록한 21조5080억원과 비교해 22.6% 늘었습니다. 4조8572억원이 증가했는데, 삼성전자 전체 재고자산 증가분과는 3704억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반면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 사업부의 재고자산은 상반기 말과 비교해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14조6650억원으로 상반기 말 기록한 11조8787억원보다 약 23.5% 증가했습니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도 지난해 말 9.3%에서 3분기 말엔 13.4%까지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전략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본적 지출(CAPEX) 투자를 줄이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증산을 위한 투자는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당장의 반도체 가격을 높이려고 하고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으로 응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TSMC 지분 확보 공개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지분 보유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지 두달 반 만에 이뤄졌습니다. 투자 자문사 가드너루소앤드퀸의 파트너 톰 루소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전 세계가 TSMC가 제조한 제품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점점 더 삶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반도체를 제공하기 위해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버핏은 통상 정보기술(IT)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오지 않았지만 경쟁사가 넘보기 힘든 진입 장벽을 구축한 기업을 선호해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핏은 최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애플과 휴렛팩커트(HP), 데이터클라우드로 유명한 스노우플레이크 등을 담았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에도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주식 매입에 총 660억달러(약 87조 5000억원)을 투입해 전년 동기 대비 13배가 넘는 투자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는 “이것은 고전적인 버핏(classic Buffett)”이라며 “그는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적으로 변하고, 다른 이들이 탐욕적일 땐 공포에 휩싸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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