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8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바라던 압승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결국 상원 다수당 자리를 지킨 것 입니다. 지난 12일 밤 네바다주 상원의원 개표에서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민주당 후보가 초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미국인 유권자 수천만 명이 투표장에 다녀간 지 나흘 만에 민주당은 상원의원 선거 승리를 확정하게 됐습니다.

네바다주 투표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에서 각각 50석, 49석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에 다음 달로 예정된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면서 '캐스팅 보트(가부동수일 경우 의장이 결정권 행사)'를 행사할 수 있기에 민주당은 상원을 장악하게 됩니다.

지난 2년간 양원을 장악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도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남은 2년도 연방 판사 임명 등 각종 인사를 원하는 방식으로 단행하기 수월해졌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은퇴나 사망으로 연방대법관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에도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사 임명을 막을 수 없다는 점 입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었던 2016년 당시 현직 대법관이 세상을 떠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했으나, 미치 맥코넬 상원의장은 해당 후보의 청문회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나서며 저지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네바다주 상원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이기더라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해 51석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면 표결에서 더 쉽게 과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오는 2024년 양원 선거에도 더 도움이 될 것 입니다. 2024년 선거엔 민주당이 지키기 어려운 의석이 더 많이 걸려있습니다. 한편 하원 선거 결과는 공식적으로 최종 확정되진 않았으나, 공화당이 근소한 차로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겐 여러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점으로 내세우던 입법 의제는 앞날이 불투명해졌으며,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공화당이 내부 불화로 효과적으로 결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당내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습니다. 이에 이제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연임 도전에 대해 더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됐으며, 과거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등 경쟁자들 또한 이제 바이든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나섰습니다.

워런 의원은 지난 13일 "이번 (중간선거의) 승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이 민주당을 이 자리로 이끌었다. 우리 민주당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진 알 수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앞날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민주당이 접전지였던 애리조나와 네바다주 모두에서 승리하며 상원 다수당 자리를 굳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선 공화당원들도 있습니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들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성과가 저조하다"고 언급한 빌 캐시디 상원의원(공화당 소속)은 내란 선동 혐의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2번째 탄핵심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라는 편에 섰던 인물입니다. 또한 최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저조한 성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 탓이라고 비난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공화당 소속)는 2020년 대선 당시 투표용지에 트럼프 후보 대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썼다고 밝힌 인물입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이나 저명한 공화당 주지사들, 공화당 내 초강경 보수파 하원의원들의 모임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등 자신의 오랜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릴 때 비로소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대선에 관심을 보이는 공화당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엘리스 스테파닉 뉴욕주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지지 선언을 하는 공화당원이 늘어날 경우 이는 최근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서야 출세가 보장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정치 지형은 불과 일주일 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공화당은 의회에서 균형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민주당은 자신들이 입지에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미국 정치의 특징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조만간 다시 지각 변동이 찾아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상원 승리 소식에 “기분이 좋다”라며 “다음 2년이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원의원 선거에선 총 435석 중 공화당 211석, 민주당이 204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과반(218석)까지 7석 남은 공화당의 하원 탈환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다만 개표가 진행 중인 20석 중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10석씩 앞서고 있고, 민주당 열세 지역구도 표 차이가 크지 않아 대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공화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애초 하원에서 20~30석은 앞설 것이라던 예상에 미치지 못한 ‘신승’이라는 평가입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미국 곳곳으로 30차례나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전면에 나섰지만 상원 후보로 나선 친트럼프 후보 상당수가 민주당에 밀려 낙선했습니다. 이를 두고 오히려 트럼프가 나서서 이길 선거도 졌다는 공화당 내 비판이 흘러 나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트럼프의 대항마로 밀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플로리다가 공화당과 민주당이 승패를 주고받아온 격전지라는 점에서 드산티스 같은 대선 후보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 공화당 평당원, 즉 기층 물밑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다는 점에서 거센 반발이 예상됩니다. 트럼프도 공화당 후보가 진 건 후보 개인의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을 겨눈 공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서도 마무리되지 않고 혼란이 가중되는 미국에서는 앞으로 덧셈이 없는 ‘뺄셈의 정치’, ‘대혼돈의 밉상 정치’가 펼쳐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이 이 지경이 된 근본 원인은 미국식 자본주의·자유주의 체제에 한계가 닥쳤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순히 바이든과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개인·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 시민들의 호응을 받는 젊고 새로운 정치인이 없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