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인도를 원산지로 하여 전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채소 입니다. 크게 일반 조리용으로 쓰이는 길쭉한 오이와, 피클용으로 쓰이는 짧고 통통한 오이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맛은 비슷해서 서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가지에 매달린 채로는 오이 내부 온도를 외부 기온보다 훨씬 차가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유명합니다. 이 때문인지 '아주 침착하며 태연자약한', '매우 냉정하며 태연한'이란 뜻의 'cool as a cucumber'라는 영어 숙어도 있습니다.
박과 식물의 특성대로 단성화에 자웅동주지만, 참외나 호박, 수박과 달리 오이는 수분이 되지 않아도 열매가 열립니다. 대신 수분되지 않은 열매는 씨를 맺지 못합니다. 야생에서의 번식은 줄기를 멀리 뻗고, 그 줄기에서 자란 오이가 썩으면 씨앗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병충해에 매우 약하기에, 먼 지역으로 이동하며 번식하기보다는 점점 점거지역을 넓히는 방식을 택한 듯 합니다.
비타민 C를 제외하면 함유한 영양분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나마 있는 비타민 C도 딸기가 4배 더 많습니다. 당분이 거의 없는 수분과 섬유질 덩어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열량이 낮아서 100 g당 9 kcal 입니다. 그 때문에 식이 조절을 하려는 사람들이 포만감을 느끼고자 먹기도 합니다. 식이조절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과 대사 과정에서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는 칼륨은 덤 입니다. 그래서 근육뭉침이나 근육경련 예방에 도움됩니다. 대신 너무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먹어야 하고, 다른 재료와 섞어서 조리하기는 삼가야 좋습니다.
그 외 다른 채소에 비해 시트룰린의 함유량이 많은데 이 시트룰린은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발기의 질을 높이므로 천연 비아그라라고 불립니다. 그렇지만 다른 박과류에 비해 양이 적어서 남성들의 성 기능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서는 수박의 하위호환입니다. 인간이 오이를 먹게 되었는지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인간은 오염된 물에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수분을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 키워 먹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또한 오이의 스테롤 성분은 혈관 속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팩틴이 풍부해서 장운동에도움되며 변비에도 좋습니다. 칼로리도 낮기에 다이어트에도 도움됩니다. 다만 찬 성분이여서 몸이 차거나 장이 약하신 분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칼로리가 적고 수분 함량이 95%일 정도로 물이 많습니다. 수분 함량이 우유보다 많습니다. 우유는 약 87% 입니다. 이 말인 즉, 다른 영양소나 무기질, 비타민의 함량은 매우 적음을 시사합니다.
참고로 오이는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갈리는 식품 중 하나인데 이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오이를 극도로 혐오합니다. 심하면 냄새만으로 구역질하기도 합니다. 김밥 등 음식에 오이가 곁들여지면 골라내거나 오이가 닿았던 음식은 아예 안 먹기도 합니다. 이러한 혐오 반응은 유전적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오이를 포함한 박과류에게 유난히도 쓴맛을 강하게 느끼는 유전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오이뿐 아니라 수박, 참외, 멜론 등 박과 식물들에서도 혐오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오이에게서 극도의 쓴맛을 느낀다는 것 입니다.
반면에 오이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이향을 이용한 비누나 보습제, 향수 등 여러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담으로 군대에서 오이비누라는 것이 보급품으로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훈련병 중에는 이걸 도저히 못 쓰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에선 알레르기가 아니라 비누의 질이 문제였습니다.
오이의 쓴맛은 큐커바이타신, 또는 쿠쿠르비타신 (cucurbitacin) 이라는 오이 특유의 성분 때문이다. 품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발육이 불완전할 때 쓴맛이 나며, 오이가 익을수록 줄어듭니다. 주로 꼭지와 끝 부근에서 쓴 맛이 강하게 나는데 보통 조리할 때에는 이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쓴맛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오이의 양쪽 꼭지 부분을 잘라내고 씁니다. 이 큐커바이타신은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벌레나 초식동물들이 오이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발달한 독 성분이라 사람에게도 세포 독성이 있기 때문에 식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알려진 화학 물질 가운데 쓴맛이 강한 물질군에 속합니다.
독성이 꽤나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식중독이 일어나거나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시중의 잘 자란 상품 오이는 양 꼭지 부분만 떼고 먹으면 해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덜 익거나 가뭄 등 피해를 받은 오이는 큐커바이타신의 농도가 높아서 쓴맛이 강하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니 오이의 쓴맛이 강하면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역으로 잘 익은 오이는 쓴맛이 덜하고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나 약간 상쾌한 채소의 느낌이 납니다. 수박의 푸른 부분 먹을 때 거기서 밍밍함을 더 늘리고 약간의 신맛을 빼버린다고 보면 됩니다.
날로 먹기도 하는 채소입니다. 한국에선 고깃집 등에서 풋고추와 함께 내놓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주로 쌈장에 찍어 먹습니다. 가끔 중고등학교 급식 메뉴판에 '야채스틱'이라고 적혀 있고 실제로는 오이나 당근 썬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조리하면 식초와의 궁합이 좋은 편이라 오이피클이나 오이냉국, 지금은 잘 안 보이는 전통 요리인 오이선 같은 식초를 이용한 요리가 많습니다. 편수라는 개성식 이북 만두에도 들어가는데, 오이의 물기를 짜낸 뒤 살짝 볶아서 다른 볶은 재료들과 함께 만두피에 싸서 쪄 먹습니다.
일본의 관광지에서는 오이를 설탕 등을 첨가한 식초에 통으로 절여 나무젓가락 한 짝을 꽂아 팔기도 합니다. 늙어서 노랗게 된 오이(노각)도 요리로 씁니다. 맛은 기존의 오이보다 청량감은 조금 덜하지만 씹는 질감이 참외와 비슷합니다. 오히려 냉국에는 노각을 쓰는 게 더 맛이 좋다고 합니다. 대신 노각으로 만들면 수확량이 확 줄어들게 되니 타산은 안 맞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날 것으로 먹지만, 이전에는 오히려 익혀 먹는 게 더 많았다고 합니다.